뿌리 깊은 달
정숙자
소용돌이 휘말려 대가리 박살났을지라도
산산조각 다시 뭉쳐
강물의 호수의 바다의 심장이 되는
늦가을 어스름이면 쩌렁쩌렁
더욱더 불타오르는
그물로 작살로도 건질 수 없는
눈으로만이 만질 수 있는
오로지, 오직 한 마리
모남 메마름 게으름 서두름 없이
물결 한 점 헤집음 없이
산 넘어 또 산 넘어 서방정토까지 혼자이지만
접었다 폈다 마침내 둥글어지는 독야청청 저 물고기!
실개울에도 흐르고 있어
우리들 가슴에도 뿌려져 있어
내 인생 견문록 참회록에도 새겨져 있어
천천히 찬찬히 구름과 바람 사이를
온밤을 꿋꿋이 돌보고 있어
-『애지』2009-가을호
- 원제 : 뜨거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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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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