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울음의 염기설(鹽基設)/ 한석호

검지 정숙자 2013. 3. 7. 01:43

 

 

     울음의 염기설(鹽基設)

 

       한석호

 

 

  대지의 팔레트 위에 갓난아기의 울음이 들려 있다

  크게 벌린 입, 적당하게 쥔 주먹이

  드넓은 백지 위로 발갛게 옮겨 붙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 해종일 짖는다

  고집불통 떼를 쓰며 골목골목을 휘젓는다

  울음의 곡조는 송곳니가

  허공을 깨물기 이전부터 배워야 하는 법

  나뭇잎은 밤에도 자라서

  아이가 아닌 자들의 기억이 머물다 간 너와집 속으로

  공손하게 발을 들인다

  꽃들은 피어날 떨림에 대해 생각하고

  개 짖는 소리는 취객의 발자국 아래로 끌려간 땅 그림자의

  비유에 대해 생각한다

  휘적휘적 늙는 아이들의 가등, 잠 못 드는

  아낙들의 기침 소리

  닭 울음소리가 등이 휜 날것들의 명패를

  한 땀씩 기워내고 있다

  마지막 시간의 담장을 넘어야 할 속도의

  어떤 이면에 대해 생각하는

  저기 한 가계, 고요 속으로 저물고 있다

 

 

  * 시집 『이슬의 지문』에서/ 2013.2.1 <(주)천년의시작>펴냄

  * 한석호/ 경남 산청 출생, 2007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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