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성은주
창문을 읽다가
깨진 조각으로 글씨를 썼다
흙에서 피가 났다
붉은 웃음처럼
번지는 방향이 더없이 좋았다
떠나고 싶을 때
돌멩이라 적고
투명한 페이지를 뜯어낸다
흰 척추는 구부러지지 않고
그냥 깨질 뿐이다
뾰족한 단어가 걸어 나온다
내 옆구리에 마침표 같은 구멍이 생겼다
-전문(p. 301)
* 블로그 註/ '여기 있음' Part 는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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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2022-여름(38)호 <POSITION · 8/ 당신들의 말/ 근작시> 에서
* 성은주/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창』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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