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막다른 골목/ 정우신

검지 정숙자 2023. 12. 4. 02:04

 

    막다른 골목

 

    정우신

 

 

  당신과 걸었던

  동네를 다시 걸어봅니다

 

  미용실이 부동산으로 바뀌고

  오토바이 핸들의 방향

  담장 밑의 고양이들

  고개가 축 늘어진 나뭇가지

  여전한데

 

  그때도 지금도

  당신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느린 바람을 잘 맞이하는 사람

 

  버려진 우산을 살펴보거나

  머리를 다시 묶고

  나비를 바라보네요

 

  당신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고

 

  나무 그늘을 들여다보듯

  깊이를 재어보듯

  휘날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읽은 간판이 없을 때

  연인들은 눈을 감고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맹세하네요

 

  나는 나뭇잎처럼

  색을 바꿀 수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지만

 

  당신과 나란히

  날아보는 연습을 합니다

 

  사거리 꽃집이 나타날 때까지

     -전문(p. 18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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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지션』 2022-여름(38)호 <POSITION · 4/ 신작시> 에서

  * 정우신/ 201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비금속 소년』『홍콩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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