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경철_모든 시와 시론을 섭렵한···(발췌)/ 진주 3 - 남강 : 강희근

검지 정숙자 2023. 11. 17. 16:07

 

    진주 3    남강

 

     강희근

 

 

  천년이 강으로 흐르는 도시

  물이 충혼의 언어로 시를 쓰고 있다

  물에서 난 안개로 그림이 되거나 솟아 있는 산

  억양이 된다

  

  진주 사람들의 시는 한 줄로 유장하다

  두 줄로 들어가는 물굽이에서 서사가 된다

  

  촉석루는 달밤에 뜬 덩치 큰 배,

  시를 한 줄씩 읊을 때 그 이랑에서 흔들 흐른다

 

  물은 흘러서 천년을 이루고

  성가퀴는 흐르는 물 찍어 전설을 쓴다

 

  아, 진주는 전설이 다리를 놓고

  의기사 단청으로 석류꽃 노을이 자욱이 붉다

       -전문-

 

  모든 시와 시론을 섭렵한 참신하고 속 깊은 시 쓰기/   강희근 시인의 18번째 시집『파주기행』 (발췌) _이경철/ 문학평론가

  시인이 평생 살아오고 지금도 그 문화를 보존하며 널리 알리고 있는 진주를 노래한 시다. '진주' 하면 누구든 떠올린 남강과 남강 위의 진주성과 촉석루, 그리고 의기義妓 논개 사당을 시인이 말한 '장소애'를 갖고 쓴 시다.

  그런데 어느 풍물시나 찬양시와는 그 결이 전혀 다르다. 그런 시편들은 최상의 언어로 뭔가를 전하고 찬양하는데 이 시는 그런 풍물들이 스스로 시를 쓰고 있다. 고색찬란한 전통도 모던한 스타일로 쓰고 있다. 시인의 언어가 쓰는 것이 아니라 천년을 흐르는 남강물이 언어가 되어 시를 쓰고 있다. 논개 사당 단청이 붉은 노을이 되어 단심丹心노래하고 있다.

  진주의 풍물이 살아나 남강 물과 성곽과 촉석루와 산이 되어 진주 특유의 억양으로 생생하게 시를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있다 한다. 그래 진주를 읊은 여느 시보다 신선하게 읽히며 서정이며 심성이며 역사며 현실을 다 포용해 내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이렇게 진주의 명소며 인물들을 참신하게 읊은 시편들이 많이 눈에 띈다. (p. 시 202/ 론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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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3 - 가을(91)호 <poetic focus> 에서

  * 강희근/ 1943년 경남 산청 출생,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연기 및 일기』(1971) 등 17권(선집 제외)저서『우리시 짓는 법』등 수 권

  * 이경철/ 2010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그리움 베리에이션』 저서『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미당 서정주  평전』『현대시에 나타난 불교』, 편저 한국 현대시 100년 기념 명시, 명화 100선 시화집『꽃필 차례가 그대 앞에 있다』『시가 있는 아침』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