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기를 읽는 밤/ 권갑하

검지 정숙자 2023. 11. 20. 02:14

 

    사기를 읽는 밤

         족보

 

     권갑하

 

 

  어머니는 족보를 하늘로 갖고 가셨다

 

  도난당하거나 불에 탈지 모른다며

 

  천칭좌 저울 밑에다 안전하게 숨기셨다

 

  밤마다 하늘을 보며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 생애마저 하늘로 오르신 뒤

 

  손주들 이름 새겨진 증보판이 나왔다

 

  밤이면 불 밝히고 계보를 외는 어머니

 

  아버지가 미리내 견우별로 깜빡이면

 

  나는 또 밤하늘 향해 담뱃불을 당긴다

      -전문(p.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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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문학』 2022-여름(32)호 <초대시>에서

  * 권갑하/ 1958년 문경 출생, 문화콘텐츠학 박사, 1999년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등단, 시조집『겨울 발해』등 다수. 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