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읽는 밤
족보
권갑하
어머니는 족보를 하늘로 갖고 가셨다
도난당하거나 불에 탈지 모른다며
천칭좌 저울 밑에다 안전하게 숨기셨다
밤마다 하늘을 보며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 생애마저 하늘로 오르신 뒤
손주들 이름 새겨진 증보판이 나왔다
밤이면 불 밝히고 계보를 외는 어머니
아버지가 미리내 견우별로 깜빡이면
나는 또 밤하늘 향해 담뱃불을 당긴다
-전문(p.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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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문학』 2022-여름(32)호 <초대시>에서
* 권갑하/ 1958년 문경 출생, 문화콘텐츠학 박사, 1999년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등단, 시조집『겨울 발해』등 다수. 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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