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으면 지옥이 더 좋다
임성순
천지에 이상하고 야릇한 향기가 진동한다. 색깔은 단색 모양도 크도 향기도 하나다. 아카시아꽃처럼 예쁘고 자극적인 향기이다. 나무들이 아침부터 힘차게 기지개를 켠다. 어젯밤 잘 잤느냐 콧소리를 섞어 윙크한다. 요즈음 지옥이 돈으로 도배되었다고 한다. 인간보다 지옥의 수문장들이 더 좋아한단다. 남에게 욕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큰손들이 뭉치뭉치 싸들고 투자하러 간단다. 천당이 빛을 잃어버리고 지옥이 대신 밝아졌다. 천당은 심심하고 거꾸로 지옥이 활력적이다. 야심이 가득한 놀이터로 리모델링했단다. 이승에서 돈 쓰지 말고 지옥으로 가지고 가자.
-전문(p.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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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3-가을(91)호 <신작시> 에서
* 임성순/ 202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부끄럼 타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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