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싱잉볼/ 강재남

검지 정숙자 2023. 11. 16. 14:30

 

    싱잉볼

 

    강재남

 

 

  슬픈 노래는 여기까지 할게요 소리의 결정들은 흩어지기 바쁘고 다음이 없는 만남처럼 우리는 가뿐해요 작은 바람에도 소리는 파동을 만들죠 어떤 소리는 일생을 걸지 않아도 좋은 게 있어요 그 소리가 더 깊다는 걸 문득 알게 될 때

 

  밖은 짧게 안은 동그랗게

 

  스치듯 문지르기로 해요 공명은 힘이 센 모습으로 후렴구를 불러들이죠 가장자리는 지나치기로 합니다 자라나는 마음을 그대로 두는 게 좋겠군요

 

  가볍게 간결하게

 

  숨을 모아요

 

  유연한 음률로 세상이 저물고 우리는 서로에게 흘러가고 있어요

 

  우주로 퍼지는 음색이 보이나요 천천히 일렁이는 세상은 소리가 둥글고 납작해요 그러는 동안 어떤 꽃은 피고 또 질 거예요 희미한 음색처럼 가지를 뻗으며 점점 가지를 뻗으며

 

  우리는 아름답지 않아서 간곡한 노래가 될 겁니다 그러므로

  뭉클하게 아득하게

  안녕해요

 

  소리가 형성되는 곳에서 차원은 겹을 벗으며

  다른 차원을 만들어요 이윽고 가 닿을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가만히

     -전문(p.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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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3-가을(91)호 <신작시> 에서  

  * 강재남/ 2010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이상하고 아름다운』『아무도모르게 그늘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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