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볼
강재남
슬픈 노래는 여기까지 할게요 소리의 결정들은 흩어지기 바쁘고 다음이 없는 만남처럼 우리는 가뿐해요 작은 바람에도 소리는 파동을 만들죠 어떤 소리는 일생을 걸지 않아도 좋은 게 있어요 그 소리가 더 깊다는 걸 문득 알게 될 때
밖은 짧게 안은 동그랗게
스치듯 문지르기로 해요 공명은 힘이 센 모습으로 후렴구를 불러들이죠 가장자리는 지나치기로 합니다 자라나는 마음을 그대로 두는 게 좋겠군요
가볍게 간결하게
숨을 모아요
유연한 음률로 세상이 저물고 우리는 서로에게 흘러가고 있어요
우주로 퍼지는 음색이 보이나요 천천히 일렁이는 세상은 소리가 둥글고 납작해요 그러는 동안 어떤 꽃은 피고 또 질 거예요 희미한 음색처럼 가지를 뻗으며 점점 가지를 뻗으며
우리는 아름답지 않아서 간곡한 노래가 될 겁니다 그러므로
뭉클하게 아득하게
안녕해요
소리가 형성되는 곳에서 차원은 겹을 벗으며
다른 차원을 만들어요 이윽고 가 닿을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가만히
-전문(p.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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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3-가을(91)호 <신작시> 에서
* 강재남/ 2010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이상하고 아름다운』『아무도모르게 그늘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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