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귀가 없는 토끼/ 차옥혜

검지 정숙자 2013. 2. 28. 02:11

 

 

    귀가 없는 토끼

 

      차옥혜

 

 

  귀 힘으로 사는 토끼

  아무리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리는 토끼

  귀만 잡히면 꼼짝 못하는 토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로

  30km 떨어진 농장에서

  어미 토끼가 방사능에 오염된 풀을 먹어

  귀 없는 토끼가 태어났다

 

  귀 없는 토끼 새끼는 귀 있는 토끼들 틈에서

  풀을 먹는다 외로움을 삼킨다

  다른 토끼들이 움직이는 소리도

  바람 소리도 빗방울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세상에서

  풀을 먹는다 슬픔을 꺠문다

 

  덜 편리하고 덜 빠르고 덜 밝고

  덜 풍요롭게 살아도

  모든 생명이 꽃이 되게 하자고

  유럽 여러 나라들은 탈원전을 선언했는데

  우리나라는 빽빽한 원전에 순풍을 달고

  원전 밀집도 세계 1등 나라 되게

  원전을 더 지을 거란다

 

  귀 없는 새끼 토끼가 억장이 무너져서

  풀을 먹는다 노여움을 씹는다

 

  *시집 『날마다 되돌아가도 있는 고향은』에서/ 2012.12.10 <시문학사> 펴냄

  *차옥혜/ 1984년『한국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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