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사생황
-행성의 아이들 · 31
김추인
보츠와나,
그곳에 가면 푸지게 잘 자라서 까마득히
하늘로 뿌리 벋고 사는
바보 같은 나무가 있는데요
바오밥나무라는 그 이름
'거꾸로 선 나무'라는 뜻이라네요
우듬지에 얼기설기 벋어 간 것이
속절없는 뿌린데요
가시도 뿔도 없어
날랜 다리도 없어
배고픈 짐승들로부터
제 연한 이파리와 열매를 지킬 방법은
착시 효과,
뿌리인 듯이
질기고 맛없어 보이기 위함이라는데요
생각 없는 식물이라 함부로 말을 말아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싶은
내 위장술과도 별로 멀지 않네요
*시집 『행성의 아이들』에서/ 2012.10.30 <서정시학> 펴냄
*김추인/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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