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식물의 사생황/ 김추인

검지 정숙자 2013. 2. 25. 16:59

 

 

    식물의 사생황

            -행성의 아이들 · 31

 

      김추인

 

 

  보츠와나,

  그곳에 가면 푸지게 잘 자라서 까마득히

  하늘로 뿌리 벋고 사는

  바보 같은 나무가 있는데요

  바오밥나무라는 그 이름

 

  '거꾸로 선 나무'라는 뜻이라네요

 

  우듬지에 얼기설기 벋어 간 것이

  속절없는 뿌린데요

  가시도 뿔도 없어

  날랜 다리도 없어

  배고픈 짐승들로부터

  제 연한 이파리와 열매를 지킬 방법은

  착시 효과,

  뿌리인 듯이

  질기고 맛없어 보이기 위함이라는데요

  생각 없는 식물이라 함부로 말을 말아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싶은

  내 위장술과도 별로 멀지 않네요

 

 

  *시집 『행성의 아이들』에서/ 2012.10.30 <서정시학> 펴냄

  *김추인/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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