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중광아, 걸레야/ 김인육

검지 정숙자 2013. 2. 26. 00:21

 

 

    중광아, 걸레야

 

      김인육

 

 

  걸레 스님

  중광아, 네가 틀렸다

 

  인생,

  '괜히 왔다 간다'고,

  결국 가야 할 길, 온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넌 생의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했다만

  미안하지만,

  중광아, 네가 틀렸다

 

  올 때는 수건이었다가

  갈 때는 걸레인 인생에 대해

  너는 못마땅했겠지만

  그 걸레에 대해, 걸레가 된 생에 대해, 나는 경의를 표하나니

 

  저기, 시장 한 구석 서릿발 그득 엉겨 붙은 저 할머니

  늦가을

  금세, 툭,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목숨을 매달고

  푸성귀 몇 무더기로 소신공양하는 생(生)을 보아라

  어미아비 다 버리고 간 어린것 지키기 위해

  온종일,

  시장 바닥에 껌처럼 붙어 있는

  저 위대한 걸레를 보아라,

  반가부처를 보아라,

 

 

  *시집 『잘 가라, 여우』에서/ 2012. 11.20 <문학세계사> 펴냄

  *김인육/ 울산 산하 출생, 2000년『시와생명』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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