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반칠환
망치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접착제 하나 붙이지 않고,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삭정이만 재활용했다
구들장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성근 지붕 새로 별이 보이는 밤이 길다
앙상한 겨울나무의 심장 속으로
주머니난로 같은 까치 식구들 드나든다
까치집 품은 나무는 태풍에도 끄떡 없다고 한다
까치들이 똑똑해서 튼튼한 나무만 고른다지만
나무들이 둥지를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맑은 노래도 들려주고, 벌레도 잡아주는
까치가 고마워서 넘어질 수 없는 것이다
여름엔 나뭇잎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겨울엔 낙엽을 떨구어 햇살이 들게 해 준다
나무와 까치는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시집 『전쟁광 보호구역』에서/ 2012.12.11 <도서출판 지혜> 펴냄
*반칠환/ 충북 청주 출생,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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