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 씨 무덤에 들어가시다
김남수
구렁게 들판 닷 마지기 논에 두엄을 져 나르고 있었는데유
뚝방길 건너 읍내 순사 두 사람이 동네로 들어서고 있었는데유.
지나가던 달구지가
"오복아! 클났다 너 잡으러 온다야, 군대 안 갔잖여"
놀렸는데유
육십 평생 일하고 밥 먹은 죄밖에 없는 말더듬이 오복 씨
깜짝 놀랐는데유
놀리는 거나, 놀라는 거나 작대기 한 개 차인데유
지게 작대기 벗어 던지고 골방에 숨은 겁쟁이 오복 씨
쪼그리고 앉아 울어쌓더니
농약을 막걸리처럼 들이켰는데유
오복 씨 무덤에 들어가던 날 동네는 입 꽉 다물었다는데유
"클났시유, 군대 갈라믄 죽는 게 나-유-우-"
마지막 유언이 귓속말로 번졌는데유
*시집 『장미가 고요하다』에서/ 2012. 11. 7 <시안> 발행
*김남수/ 충남 부여 출생, 2008 평화신문으로, 2009『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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