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가소
김혜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풍 지대
안전하고 평온한 해양 사막
부풀어 올라 순환을 멈춘 죽음의 바다
후회라는 감정의 늪이거나
무지와 자만 두 괴물이 잠자는 처소
되었다 금 긋는 순간부터 사막화되어 가는 확보된 영토
배설된 쓰레기들이 뭉쳐 다니는 바다
갇히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서서히 죽어가는 줄 모른 채 부유물처럼 떠다닌다
박차고 일어나
좌초된 감정을 예인하는 돛을 올리고
파도가 갈기 세워 달려드는 바다
펄펄 뛰는 것들과 마주칠 기회 많은 바다
곳곳에 암초가 등을 세우고
먹이가 먹이를 삼키는 사나운 바다로 나가야 한다
상어는 숨이 멎을 때까지 아가미를 닫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버리고
촉수를 세워 새로운 바다로 유영할 뿐
-전문(p.150-151)
--------------------------
* 『상상인』 2023-7월(6)호 <시-움> 에서
* 김혜천/ 201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꽃놀이/ 김상규 (0) | 2023.10.12 |
---|---|
곡두*/ 윤금초 (0) | 2023.10.12 |
대체 불가/ 정채원 (0) | 2023.10.11 |
달빛국회/ 김순진 (0) | 2023.10.11 |
1인분의 세계/ 박재우 (0) | 2023.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