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곡두*
윤금초
그물코 삼천이면 귀신도 잡는 날 있다지,
먹물 풀어 휘저은 저 어둠 깊은 미망迷妄 한끝
까치놀 목울음 삼키고 뉘엿뉘엿 널뛰기한다.
하필 그때 바람꼽자기** 부연 모래바람 일고
목말 태운 물보라가 주책없이 노닥거린다.
거품을 머금은 밀물 에멜무지로 어깨 겯고.
미친 파랑 머리에는 흰 메밀꽃 앉아 놀고
울툭불툭 융기하다 땅재주 넘는 물굽이엔
야행성 들짐승인가, 푸른 인광燐光 번득인다.
하마, 하마, 모르지만 그새 곡두 만졌을까?
흐느끼고, 단식하고, 두런대는 소릿결 넘어
난바다 독과점獨寡占 내고 누엣결*** 춤을 춘다.
-전문(p. 169)
* 실제 눈앞에는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삼삼해 보이다가 가뭇없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 환영.
** 황사현상
*** 드높은 파도 위에 생기는 흰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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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2023-7월(6)호 <시조-움> 에서
* 윤금초/ 1966년 공보부 신인예술상,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큰기러기 필법』, 사설시조집『뜬금없는 소리』, 장편 서사 시조집『만적, 일어서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