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곡두*/ 윤금초

검지 정숙자 2023. 10. 12. 02:27

<시조>

 

    곡두*

 

    윤금초

 

 

  그물코 삼천이면 귀신도 잡는 날 있다지,

  먹물 풀어 휘저은 저 어둠 깊은 미망迷妄 한끝

  까치놀 목울음 삼키고 뉘엿뉘엿 널뛰기한다.

 

  하필 그때 바람꼽자기** 부연 모래바람 일고

  목말 태운 물보라가 주책없이 노닥거린다.

  거품을 머금은 밀물 에멜무지로 어깨 겯고.

 

  미친 파랑 머리에는 흰 메밀꽃 앉아 놀고

  울툭불툭 융기하다 땅재주 넘는 물굽이엔

  야행성 들짐승인가, 푸른 인광燐光 번득인다.

 

  하마, 하마, 모르지만 그새 곡두 만졌을까?

  흐느끼고, 단식하고, 두런대는 소릿결 넘어

  난바다 독과점獨寡占 내고 누엣결*** 춤을 춘다.

     -전문(p. 169)

 

   * 실제 눈앞에는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삼삼해 보이다가 가뭇없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 환영.

   ** 황사현상

   *** 드높은 파도 위에 생기는 흰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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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3-7월(6)호 <시조-움> 에서

  * 윤금초/ 1966년 공보부 신인예술상,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큰기러기 필법』, 사설시조집『뜬금없는 소리』, 장편 서사 시조집『만적, 일어서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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