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불꽃놀이/ 김상규

검지 정숙자 2023. 10. 12. 02:40

<시조>

 

    불꽃놀이

 

    김상규

 

 

  두 손에 쥐고 있던 열쇠를 이리 주렴

  내가 행복을 주지, 밀밭 위의 소녀야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신비를 알려주지

 

  어깨에 앉아 있던 연갈색 종달새는

  길들이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갔단다

  소녀야, 채찍은 거둬 덤불숲에 던져 주렴

 

  밀짚 얹은 나귀는 주저앉은 나귀일 뿐

  짐을 진 소녀야, 방황을 한 줌 주지

  들판이 빨갛게 물든 자유를 보여주지

 

  박하의 박하마저 겨울의 겨울마저

  입김마다 번지는 시작의 귓속말

  소녀야, 용기를 주지, 곧 타오를 불꽃처럼

     -전문(p.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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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3-7월(6)호 <시조-움> 에서

  * 김상규/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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