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불꽃놀이
김상규
두 손에 쥐고 있던 열쇠를 이리 주렴
내가 행복을 주지, 밀밭 위의 소녀야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신비를 알려주지
어깨에 앉아 있던 연갈색 종달새는
길들이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갔단다
소녀야, 채찍은 거둬 덤불숲에 던져 주렴
밀짚 얹은 나귀는 주저앉은 나귀일 뿐
짐을 진 소녀야, 방황을 한 줌 주지
들판이 빨갛게 물든 자유를 보여주지
박하의 박하마저 겨울의 겨울마저
입김마다 번지는 시작의 귓속말
소녀야, 용기를 주지, 곧 타오를 불꽃처럼
-전문(p.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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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2023-7월(6)호 <시조-움> 에서
* 김상규/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