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봄날/ 강정이

검지 정숙자 2010. 11. 2. 19:20

  

   봄날


   강정이



   140킬로 속력을 낸 게 화근이었다 야성을 되찾은 말이 고속도로를 제멋대로 내갈겨 꽝! 중앙분리대를 치며, 장미도 아닌 것이 가시 세웠더냐! 일갈하더니 말(言)이고 말(馬)이고 함부로 대한 대가라며 갓길 옹벽 들이받고 솟아 낙숫돌막이 철망 사이에 꽂혔다

   무상(無相)이라더니 무상(無常)이라더니…… 무상(無想)까지 긴 찰나 한 점 알이 되었다, 여기가 어디지? 고개 드니 90도로 기울어진 승용차 속이다 어깻죽지가 가렵다 날개가 돋으려나보다 껍질을 부수자, 문을 찾아 부리로 쪼으려니 오 어머니, 밖에서 찰캉찰캉 껍질 깨는 소리 ‘괜찮으세요’가 들린다 줄탁동시! 그렇게 나는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


   정말 괜찮으세요

   순경이 묻는 말에

   幻 what 何-웃어재꼈다


   꽃잎이 화르르 내리는 봄날이었다


 

   *시집 『꽃똥』에서/ 2010.9.20 <도서출판 지혜>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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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이/ 경남 삼천포 출생, 2004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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