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예스터데이/ 하두자

검지 정숙자 2010. 10. 26. 00:39

  

    예스터데이


     하두자



  오르간 건반을 눌렀던가

  긴 머리 찰랑이는 말랑말랑한 머리핀으로

  너는 다섯 개의 줄을 튕기고

  손톱이 자라는 악보가 춤을 추었지


  부풀린 SP판에서 비틀즈가 흘러나왔어

  삐걱이는 음악당 계단에서

  음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지

  담배 연기를 날려 보냈던가

  화음들이 노을처럼 번지고 있었어


  나는 지붕 꼭대기에서

  구름 페달을 밟고 다녔어

  너는 짧게 반음을 올리고 있었지

  난 너를 기억의 방에다 가두어 버렸지


  우리가 함께 노래를 불렀던가

  장미를 몰래 키웠던가

  가시가 너무 깊이 찔러버렸어

  나는 빨간 피아노를 갖고 싶었어

  낡은 악보는 그 바다에서 펄럭이고 있을까

  검은 오선지 위를 걸어가는 여자를 보았지

  

  푸스스 떨어지는 웃음을 읽었던가

  아니, 말없이 맥주를 마셨던가


  나는 삐걱이는 계단에 앉아

  기타 줄을 뜯는 소리를 삼키고 있었지

  아니, 집어던진 한 다발의 장미를 바라보았던가

  너와 어둠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지

  붉은 바다가 물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지



  *시집『불안에게 들키다』에서/ 2010.9.5 <리토피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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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두자/ 부산 출생, 1998『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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