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
백소연
칼바람 빙판 위로 날아와 꽂힌다
내 무릎 위에 꽂힌 화살촉마다 쩌억 쩍 실금을 친다
살 오른 물방울 천지에 맺힐 때마다
둥근 물기둥이 나무 중심에 우뚝 선다
헐벗은 가지 겹겹 살 부비며 푸욱 고개 떨칠 때
비탈진 나무는 기꺼이 흙의 중심에 뿌리를 내어준 것일까
텃새 한 마리 푸두둥 날아와 부리를 털자
이내 한 점 길로 눕는 핏빛 냉기 후둑 후두둑
우주 복판 위로 백발백중이다
딱딱한 부리의 새들이 나무등살을 힘껏 쪼아대는 까닭은
명중시켜야 할 제 지상목표가 숨어 있다는 반증이다
위로 솟았다 내려앉아야 할 과녁을 기꺼이
주시했다는 눈물겨운 노래다
풀빵장사 어미를 등지고 선술집 늙은 아낙네 토방에 꽂힌
기행오라비의 싸매지 못한 상처
비문이 되어 남원 의료원 영안실 정문에 박힌다
굵고도 짧은 버팀목으로 산다는 게 절절한 목숨이어서
단 한 발의 살빛도 외벽으로 물러설 수 없던
찔레밭 길
하나를 버리면 하나를 얻는 관용과 지혜를
나무들은 간파했던 것일까
웅숭깊은 냉골 속 소나무옹이에 내 두 귀를 내어준다
반쯤 어깨 기울어져 찢긴 몇몇 가지와 사유,
푸르고 동그란 문양 울컥 그 근원에 잇닿는다
미친 바람조차 수목을 표적 삼았을까
꽃 진 자리 위에 손을 얹으면 피잉 피가 도는
문장, 명중시켜야 할 화살촉은
항시 시간의 중심 위에 섰다
*시집『바다를 낚는 여자』에서/ 2010.9.20<도서출판 지혜>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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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연/ 전북 임실 출생, 2002년『현대시문학』에 발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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