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無等) 가는 길
백소연
은사시나무 군무에 둘러싸인
생각의 우듬지가 사정없이 펄럭입니다
무등(無等) 깊은 산,
문이 열릴 때마다 억새들 속울음
비탈길로 휘몰아칩니다
거문고가 된 내 몸은
말의 언어를 몸에 맡겼습니다
목 놓아 흔들리며 떠나는 것이 어찌 저들 뿐이겠습니까만
칼보다 강한 문장들은 뿌리 끝에 내려앉고
흔들리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보다 강하다는
진리를 눈치 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다 저문 능선을 타고
한 호흡, 한 허리로 걷는 길이 이토록 찬란할 수 있을까요
이 산 저 산
제멋대로 풀어놓은 미치광이 칼바람 헤쳐나오며
생생 비상하는 텃새들,
저들 또한 다가올 내일을 위해
기다림에 못 박혀 산다는 말 굳게 믿어집디다
*시집『바다를 낚는 여자』에서/ 2010.9.20<도서출판 지혜>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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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연/ 전북 임실 출생, 2002년『현대시문학』에 발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