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무등(無等) 가는 길/ 백소연

검지 정숙자 2010. 10. 28. 01:08

 

    무등(無等) 가는 길


      백소연



   은사시나무 군무에 둘러싸인

   생각의 우듬지가 사정없이 펄럭입니다

   무등(無等) 깊은 산,

   문이 열릴 때마다 억새들 속울음

   비탈길로 휘몰아칩니다

   거문고가 된 내 몸은

   말의 언어를 몸에 맡겼습니다

   목 놓아 흔들리며 떠나는 것이 어찌 저들 뿐이겠습니까만

   칼보다 강한 문장들은 뿌리 끝에 내려앉고

   흔들리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보다 강하다는

   진리를 눈치 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다 저문 능선을 타고

   한 호흡, 한 허리로 걷는 길이 이토록 찬란할 수 있을까요

   이 산 저 산

   제멋대로 풀어놓은 미치광이 칼바람 헤쳐나오며

   생생 비상하는 텃새들,

   저들 또한 다가올 내일을 위해

   기다림에 못 박혀 산다는 말 굳게 믿어집디다

 

 

   *시집『바다를 낚는 여자』에서/ 2010.9.20<도서출판 지혜>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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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소연/ 전북 임실 출생, 2002년『현대시문학』에 발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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