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발견하고 상상하기(부분)
우리 시대의 시에 대한 요구
이성혁/ 문학평론가
시는 고통만을 노래하지는 않는다. 고통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기도 한다. 우리의 상투적인 의식을 넘어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숨겨진 가능성을 발굴하고 극대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상이 아니라 상상력을 통해, 다시 말해 우리 세계에 지어진 한계를 인식하면서 그 한계를 돌파하는 상상력을 통해 가능성을 찾아내고 확장시킨다. 시는 현실의 권력에 의해 겪게 되는 주체의 고통을 통과하면서 무엇인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시의 속성으로 인해 독자는 우울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우울을 앓으면서 우울로부터 치유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독자가 시를 읽으면서 갖가지 권력에 의해 강요되는 한 가지 가능성의 길로부터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면서, 갇혀버린 자신의 욕망을 다시 가동하게 됨으로써 이루어진다. (p. 32)
---------------------
* 『상상인』 2023-1월(5)호 <기획특지> 에서
* 이성혁/ 문학평론가, 2003년⟪대한매일신문(현, 서울신문⟫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 저서『불꽃과 트임』『사랑은 왜 가능한가』『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상 시문학의 미적 근대성과 한국 근대문학의 자장들』 등
'한 줄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득이 많은 책을 버려야만 했다/ 차주일 (0) | 2023.10.13 |
---|---|
새끼 홍학은 아프리카 중남부의 어느 작은 호숫가에서/ 박덕은 (0) | 2023.09.18 |
생성언어비평을 제안하면서 제기되는 문제들(발췌)/ 김언 (0) | 2023.09.13 |
백제 정신은 무엇일까요/ 김기옥(김밝은) (3) | 2023.09.05 |
유엔총회는 2010년 깨끗한 식수와···인간의 기본권으로 선언/ 강경호 (2) | 2023.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