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카마수트라/ 이인주

검지 정숙자 2023. 8. 29. 03:06

 

    카마수트라

 

    이인주(1965-2021, 56세)

 

 

  애욕에도 공식이 있단다 오나가나 가두리인 세상 무지렁이는 사랑도 못한다 난분분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 누워 욜랑욜랑 애욕에 휘감기고 싶은데 갈피갈피 쌓인 꽃잎 사이 경전이 숨어 있다니! 생각 없이 휘리릭 춘화도나 넘기고 싶은데 지분지분 수작 발린 술잔이나 기울이고 싶은데 해탈 같은 경전이라니! 아무래도' 침향의 재목이 아닌 나는 한 십 년 더 썩어야 쓰것다 삿갓 쓰고 유장한 길이나 떠야것다 요행히 한계령 어디쯤서 한 맺힌 남정네나 만나 그놈의 발목에 엎어져 부러야것다 백오십여 항목을 백팔 번 읽어도 하, 참 애욕의 진수를 모를 숨이 턱 막힌다 난분분 살아도 절로 넘치는 것, 경전으로 다스리라니! 도도 너무 닦으면 살맛이 가시는 법 대양홍어도 곰삭아야 제맛인 걸 고매하고 엄숙한 욕이라니, 이내 몸이 틀이고 경전인데 그 안에 또 무엇을 들이겠는가!

    -전문(p.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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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2-1월(3) <그루잠/ 그대 잠들어도 불면의 시들은 그대를 기억하리니> 에서

 * 이인주/ 경북 칠곡 출생, 200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 2006년『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초충도』『백매도』/ 제15회 신라문학 대상, 제8회 평사리문학 대상, 제2회 목포문학상 수상, 대구 정화중학교·정화여고 교사 역임, 2021 상상인 시집 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