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김미연_자연서정과 신앙서정의 시편들(발췌)/ 풍뎅이 : 김형영

검지 정숙자 2023. 8. 5. 01:39

 

    풍뎅이

 

    김형영(1944-2021, 77세)

 

 

  모가지를 비틀어다오

  모가지의 이 하얀 피를 비틀어다오

  여름 하늘이 윙윙거리는 어지러움을

  어지러움에 묻힌 쾌락을

 

  비틀어다오

  비틀어다오

  고통 주는 것이 아니라면

  꿈꾸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國法도 하느님도 깃들이지 않는

  우리들

  모가지,

  모가지,

  모가지의 이 하얀 피의 문을 비틀어다오

 

  오, 우리의 王國인 무덤아.

    -전문(p. 110-111)

 

 

  자연서정과 신앙서정의 시편들/ 김형영의 시세계(발췌) _김미연/ 문학평론가, 진주교대 강사

  시인 김형영(1944-2021, 77세)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66년 『문학춘추』 신인 작품 모집, 1967년 문공부 시인예술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침묵의 무늬』등 수 권이 있고 현대문학상(1988), 한국시협상(1993), 가톨릭문학상(2005) 등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김형영은 자신의 인생을 네 가지 시기로 구분하여 '관능적이고 온몸으로 저항하던 초기'(1966~1979), '투병 중에 가톨릭에 입교하여 교회의 가르침에 열심인 시기'(1980~1992), '종교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시기'(2005~2019)로 제시한다. 이러한 변곡점에 따른 시 세계 변모를 잘 알 수 있는 대표작들을 추려내면서, 특히 2005년 이후의 시들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이 시기에 더 무게를 두었다고 한다.     

  (···)        

  인용시는 서정주의 시적 흐름이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서정주 시인은 김형영 시인의 대학 은사이다. "하늘이 윙윙거리는 어지러움"이나 "국법도 하느님도"라든가 "모가지/ 모가지/ 모가지"의 3중 외침은 서정주 『화사집』 시절의 어떤 구사력을 방불케 한다. 이 시는 "모가지를 비튼다"와 "쾌락을 비틀어다오"나 "피의 문을 비틀어다오" 같은 수사는 인간 실존의 극단적 위기감에 다르지 않다. 그런 가운데 시인은 실존의 끝자락인 '무덤'을 환기시켜 준다. 그럼에도 무덤은 절대 섭리로서의 '죽음'에 이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시기의 김형영 시인의 시세게는 실존 또는 '神 이전의 죽음의식'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p. 시 110-111/ 론 105 (···)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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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2023년 여름(90)호 <현대 시인 열전 -24/ 김형영 편> 에서

   * 김미연/ 2010년『시문학』으로 시, 2015년월간문학』으로 문학평론 2018년『월간문학』으로 시조 부문 등단, 시집『절반의 목요일』평론집『문효치 시의 이미지와 서정의 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