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시적인 것'의 의미(부분)/ 전해수

검지 정숙자 2023. 8. 22. 02:16

 

    '시적인 것'의 의미(부분)

 

    전해수

 

 

  그렇다면, '시적인 것'은 무엇일까. 퉁명스러운 표현이지만, 시가 시여야 하고 여전히 시인 이유는 '시적인 것'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의 자격으로서 시인 황지우는 '시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시'라 했으며 '시적인 것'은 시가 시이게 하는 주요한 기준이자 원천과도 같은 것으로 인식했다. 최현식 평론가는 황지우에게 있어 시적인 것의 의미는 '타자와 세계와의 관계나 맥락에 따라 발생하는 어떤 감각의 융기나 변화에 의해 주어지는 것'을 인식한 것이라 정의했는데, 1990년대 황지우의 시가 '익숙하고 낯익은 것들의 낯설게 하는' 방법으로써 전통적인 시의 양식을 파괴하는 해체적 양상을 시어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미적 감각과 지성을 분출한 것을 상기한다면, '시적인 것'은 분명 '언어 장치'를 통과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시적인 것'의 의미는 이처럼 언어적 장치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예컨대, 1980년대에는 '민중언어'가 삶의 형태를 가치화하는 시적 언어로 작동했으니, 낡은 감성이나 새로운 언어라는 것은 1980년대 삶의 재현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시적인 것'으로 전회轉回한 것이다. 또한, 2000년대 시를 감각적인 것의 표출 방식으로 보기도 했는데, 2000년대 문학은 감각적인 것을 따라나서는 '모험의 언어'였던 셈이다. 그러므로 흔히 시적인 것은 '스타일'로 설명된다. 스타일은 자율적이지만, 고유의 사상과 감정이 머무는 '시적인 언어'로 충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연히 시적인 것의 의미는 '시란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 '본질本質의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시란 어떻게 직조되고 고양되며, 행동하는가의, 실천적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 시적인 것을, 마침내, 결정짓는다. 이때에 '시적인 것'은 '방법'이 아니라 '목적성'이 된다. (p. 27~28) 

  

   -----------------

   * 상상인』 2022-1월(3) <기획특집/ 문학의 키워드> 에서

   * 전해수/ 문학평론가, 저서『목어와 낙타』『비평의 시그널』『메타모포시스 시학』『푸자의 언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