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시를 쓰는 불편한 진실(부분)
누가 『시를 쓰는 이유』의 저자일까?
김네잎
53편의 시를 들고 나온 시아(SIA)를 시인이라 명명해도 될까?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시학에서 "눈물짓는 나를 보겠거든 네가 먼저 아파해야08)한다"고 강조했지만, 사실 간접 경험이 더 다양하고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지 않은가.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문학은 직접적인 모방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의 이동과 같은 이 세계에 대한 증식, 발화 행위에서 태어난다."면서 시적 텍스트를 두고 "그 텍스트를 쓴 사람이 알 수 없는 매개를 통한 막연한 혈통이 있"09)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 논지에 의한다면 1만 2천 편의 시를 매개 삼아 시를 쓴 시아(SIA)를 시인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이 내놓은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아직 새로운 질서에 대한 도덕적 기준과 법적 장치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 세계적으로 챗GPT 기능 활용에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공적 규범에 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홍콩대가 챗GPT 사용에 대한 단기적인 금지령을 내렸다. 해당 수업 교사의 서면 동의 없이 대학 내 모든 수업, 과제 및 평가에 챗GPT 또는 다른 AI 도구를 사용하면 표절로 간주한다는 조치다. 미국 뉴욕시도 공립학교 내에서 챗GPT 접근을 차단했다. 또한 애플은 챗GPT 등록 가능 연령을 17세 이상으로 하거나, 콘텐츠 필터링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p. 13-14)
08) 호라티우스, 『호라티우스의 시학』, 민음사, 2019. 19쪽
09)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민음사, 2015. 237쪽
"인공지능(AI)은 인류의 도구로 계속 남을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들의 도구가 될 것인가?"12) 『포엠피플』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 문화적 변화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창의적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직면한 과제를 풀 열쇠는 사고의 유연성이다. 앞으로 시아(SIA)보다 더 인간에 가까운 존재(인공지능)는 계속해서 출몰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도전을 피할 수 없다. (p. 15)
12)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 20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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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피플』 2023-여름(03)호 <시詩뮬라크르>에서
* 김네잎/ 2016년《영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우리는 나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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