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일상, 그리고 일상에 관한 우리들의 오해(부분)
신상조
해방과 자유, 개성과 독창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시는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해서인지 일상은 시에서 매우 흔하게 다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소하거나 무의미한 무게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시에서 일상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의 집합이거나, 때로 심미적이거나 존재론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조차 없는 "긴장의 반대말"처럼 존재한다. 과연 나날의 삶은 우리 눈에 비치는 것처럼 무정형이며 무의미한 것인가? (p. 39)
철학의 시조로 알려진 탈레스에게는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탈레스는 하늘의 별 보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별을 보면서 걷다가 발밑에 있는 우물을 보지 못해 그만 빠지고 만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트라키아인 여인이 그가 하늘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코앞이나 발밑에 있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한다며 놀렸다는 이야기다. 이 일화에서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일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일상은 탈레스의 우물처럼, 우리의 발밑에 항상 존재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는 일상에 무심하다. 익숙한 것과 잘 안다는 건 별개의 일이다. 우리는 일상에 '다만' 익숙하다. (p. 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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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2022-1월(3)호 <기획특집/ 문학의 키워드> 에서
* 신상조/ 문학평론가, 2011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 등단, 저서『붉은 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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