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종 때에 한 마리 파리가
에밀리 디킨슨(미국, Emily Dickinson, 1830-1886, 56세)
나는 임종 때에 한 마리 파리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네
방 안의 정적은 폭풍과 폭풍 사이에 있는
공중의 정적과 같았다네
빙 둘러앉은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도 마르고
숨소리도 하나로 모이고 있었다네
왜냐하면 왕께서 그 방에 임종 증언을 위해
현현하는 순간의 그 마지막 입성을 지켜보려고
나는 내 유품에 대해 유언을 했고 내 소지품을
어떻게 나눠 가지라는 것에 서명을 했다네
그런 다음, 한 마리 파리가 날아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네
푸른 정체불명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빛과 나 사이에 훼방을 놓았다네
그러더니 창이 가려졌고 그런 다음
나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네
- 『디킨슨 시선』 전문, 윤명옥 옮김
▣ 의식의 지향성으로서 현상학적 고찰/ 죽음을 향한 지향적 의식(발췌)_이구한/ 문학평론가
이 시는 화자 자신, 화자를 지켜본 눈, 그리고 왕을 대상으로 하였다. "나는 임종 때 파리 한 마리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네"로 시작하는 진술은 죽음의 현장으로서, 죽음에 대한 의식이 그 임종의 현장에 가 있는 내용이다.
빙 둘러앉아 지켜보는 자들의 눈은 눈물이 말랐고 그들의 숨결이 들렸다. 유품에 대해 유언을 했고 유언서에 서명을 했다.
미국 뉴잉글랜드 풍속에 의하면 임종 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대속주인 예수 그리스도의 출현을 증언하는 풍습이 있다고 전해 냐려온바 여기서 왕은 예수를 가리킴을 알 수 있다. 화자의 의식의 지향은 왕인 예수 그리스도이다.
이 시는 의식의 흐름이지 사실적인 장면은 아니다. 지상에서 마지막 본 감각적인 물상은 예수 그리스도 대신에 파리 한 마리이다.
화자가 누워 있는 방안은 "폭풍과 폭풍 사이에 있는/ 공중의 정적"과 같다. 죽음과 영원 사이의 순간을 공중의 정적 상태로 묘사하고 있다. 세속의 미물에 지나지 않는 파리가 의식의 대상인 대속주와의 관계를 훼방한다. 그런 다음 왕을 "나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 (p. 시 77-78/ 론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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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구한_문학평론집 『착란의 순간과 중첩된 시간의식』에서/ 2023. 7. 1. <상상인> 펴냄
* 이구한(본명, 이광소(시인)/ 1942년 전북 전주 출생, 1965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시 부문 & 2017년『미당문학』으로 평론 부문 당선, 시집『약속의 땅, 서울』『모래시계』『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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