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힘 힘 너머로/ 장석원

검지 정숙자 2023. 5. 12. 03:03

   

    힘 힘 너머로

 

    장석원

 

 

  나는 네 옆에 살아남아서 청궐한다

 

  너의 외부로 흘러나오는 

  평온의 핏물

  사슬에 묶인 채 불꽃에 먹힌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

 

  네가 떠난 날부터

  포식자에게 이름을 부여받은

  순응하여 부드러워진

  사용 후 버려진

  산 채로 매몰된

  더운 피 발그레한 살

 

  안쪽에 꿈틀거리는

  절명의 피막을 찢는

  비명 너의 잘린 토막으로

  빚어낸 한 번의 포만 그리고 살

  떨리는 자홍빛 흥분

 

  내가 느끼는 모든 것

  우리의 마지막 숨결 너머 빛이

  부스러질 때 동력도 없이 구동되는

  기계들 닦고 기름 치고 조이자

  

  안락 장치 더 깊고 세게

 

  엔진 스타트 마력 상승

  힘이 전달되자

  나는 으르렁거린다

 

  다른 몸이 접종된다 눈을 감고 더듬는다 절개되는 중이다

  이웃의 몸들 그 속에 우글거리는 것들

  불안이 몰려온다

 

  나와 너의 동공을 꿰뚫는 갈고리

 

  내가 숨을 멈출 때

  전기톱 스위치를 내릴 때

  삼킨 후 뜨거워지는

  너의 붉은 내부

     -전문(p. 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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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통영문학상 수상작품집』역대수상자 작품_에서/ 2021. 10. 15. <도서출판 경남> 펴냄

  * 장석원(2009년 통영문학상)/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아나키스트』『태양의 연대기』『역진화의 시작』『리듬』『유루 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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