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속의 시

김효숙_문학평론집『눈물 없는 얼굴』/ 그리고 사물인터넷 2 : 문정영

검지 정숙자 2023. 5. 28. 18:14

 

    그리고 사물인터넷 2

 

    문정영

 

 

  사물이 감성을 키우게 되었지

 

  몽상가의 제스처처럼

 

  나는 우는 새소리를 눈으로 듣고

 

  너는 목소리가 젖어 눈물이 난다 했지

 

  눈물샘이 말라

 

  내 눈동자는 그간 눈에 담아둔 슬픔을 풀어서 먹지

 

  틀에 가둔 것들이 동어반복의 내 사랑법이라서

 

  사물이 되어버린 눈은 나의 발성을 듣지 못하지

 

  빈자리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영화관의 센서같이

 

  사랑도 사물처럼 망막의 감정을 읽을 뿐이지

    -시집, 『두 번째 농담』(2021, 시산맥사) 전문

 

 

  전능과 불사(immortal), 그리고 눈물 없는 눈(발췌)_김효숙/ 문학평론가

  계량할 수 없는 감정이 들붙는 망막이 여기에 있다. 눈물의 양으로 가늠해보고 싶은 누군가의 기쁨 · 슬픔의 크기, 금방이라도 살갗 위로 흘러내릴 물기가 담긴 눈동자는 여기에  없다. 사물인터넷이 인간의 영혼을 접수하여 아무리 감정의 뿌리까지 뽑아낸 듯한 눈물을 흘린다 할지라도 영혼 있는 사피엔스의 것은 아니다. 이곳은 사물끼리 인터넷, 즉 사물 간 연결과 소통이 이뤄지는 세상이다. 사물도 감성을 키워가고, 심장 부재의 사물들이 시각기관인 '눈'으로써 온몸인 양 이 세계를 감각한다. 사물의 눈은 청각이기도 한 감각기관의 총합으로 기능이 조정되고, 센서가 훑고 가듯이 망막으로부터 감정을 스캔한다. 사물화한 눈들이 훑고 가면서 감정을 그저 피막으로 읽는 것 같지만, 감성을 키워 상호 교환하는 사물들이 인간의 감정을 복사한다. 센서는 '눈'이기만 한 것이 아니며, 감성마저 알고리즘의 계산법과 판별에 달린 것이 되었다. 알고리즘이 '나'의 감정을 가장 잘 알고, 나 외부의 알고리즘이 나를 대체한다. 이렇게 이 시는 사물에게 스캔당한 감성을 탈환할 기회를 잃어버린 사피엔스를 역으로 생각게 한다. 호모 데우스의 영혼이 신성을 입고, 인간의 감정은 알고리즘의 지식화로 대체되는 것이다. (p. 시 378/ 론 378-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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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숙 문학평론집 『눈물 없는 얼굴』 2022. 10. 18 <상상인> 펴냄

  * 김효숙/ 제주도 출생, 2017년 ⟪서울신문⟫으로 평론 부문 등단, 평론집『소음과 소리의 형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