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귀뚜라민 작아도 소리쳐 울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7. 00:52

 

 

    귀뚜라민 작아도 소리쳐 울고

 

      정숙자

 

 

  귀뚜라민 작아도 소리쳐 울고

  실개울은 가늘어도 달을 안으오

 

  풀씨앗 별처럼 여무는 가을

  하늘 더 높아 갈밭은 춥고

 

  돌부리 안고 울다 떠나는 물살

  기러기 울음에 꽃상여되오

 

  앞 모르고

  걷는 걸음은

  멀거나 가깝거나 외로운 여수(旅愁)

 

  임께 절하려는 꿈이 아니면

  어찌 기쁨 긋고 예에 왔으리

 

  풀벌레처럼 울지도 못할

  진한 설움 피로 흐르오

 

  기다림의 증거는 산다는 것

  천 길 단애에 서 임을 부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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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