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기다리어 오실 임이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7. 00:48

 

 

    기다리어 오실 임이면

 

     정숙자

 

 

기다리어 오실 임이면

열 번 서른 번도 오셨으리다

 

능소화 담박한 울타리 곁에

해어진 고무신 몇 켤레인지

 

이른 가을벌레

청초히 울어

이슬도 더 맑게 내리는 달밤

 

홀로 태우는 마음을 열면

축원의 그림자 외롭습니다

 

빈 들 지키는 석탑이 되어

말없이 건너온 삶의 여울에

 

임은 어여쁘신 나비의 환상

허공도 꽃섬인 듯 부풀던 황홀

 

서시(西施)처럼 아름다운 능소화 아래

그리는 맘 천 길 만 길 스몄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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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