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신앙
김현승(1913-1975, 62세)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송이가
뛰어 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전문-
▶시란 무엇인가(발췌) _이형기(1933-2005, 72세)/ 시인, 문학평론가
이 시에는 보다시피 '불꽃'과 '눈송이'란 두 개의 시각적 이미지가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감각적 체험의 대상으로서만 그치는 그냥 불꽃, 그냥 눈송이가 아니다. 「절대신앙」이란 제목을 통해 유추해 볼 때 '불꽃'은 화자의 신앙의 대상인 절대자의 비유이고 또 '눈송이'는 화자 자신의 비유인 것이다. 그러므로 독자가 이 시를 읽을 때는 '불꽃'과 '눈송이'란 이미지가 갖는 그러한 비유적 의미를 먼저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이해의 바탕 위에서만 독자는 이 시가 표현하고 있는 '절대신앙'의 내용에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다. 자신이 눈송이처럼 그 속에 떨어져 자취 없이 사라져도 후회는커녕 오히려 황홀감을 느끼는 불꽃같은 절대자와 그리고 또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사라짐은 그 절대자의 품에 안겨 구원받음을 뜻하는 투철한 신앙의 세계를 이 시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관념에 속하는 그러한 신앙의 세계를 표상하는 이 시의 '불꽃'과 '눈송이'는 비유적 이미지의 좋은 예가 된다. (p. 시 73/ 론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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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2022년 여름(110)호 <우리나라에서 제일 쉽게 쓴 시론> 에서
* 그동안 절판되었던 이형기 시인의 시론을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읽어갑니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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