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생태페미니즘 문학을 부른다/ 구명숙

검지 정숙자 2022. 8. 11. 02:48

 

    생태페미니즘 문학을 부른다

 

    구명숙/ 시인 · 숙명여대 명예교수

 

 

  가부장제의 남성 지배 사회는 개발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져왔으나, 결국 자연의 파멸을 초래하게 되어 많은 문제를 낳았다. 생태페미니즘(Ecofeminism)은 그러한 가부장제 사회의 여성억압과 인간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서구문명의 모순을 극복하고 자연과 여성을 하나로 보려는 생명 사상에서 출발한다. 여성문제와 생태계의 문제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인식 속에서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의 만남을 통해 생태페미니즘이 생성된 것이다. 생태페미니즘은 모든 형태의 불평등 지배와 억압 착취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인종이나 민족, 계급 또는 종교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며 누구나 생명의 존재가치가 평등함을 일깨운다. 생태페미니즘에서 가부장제란 단순히 남성중심주의만을 뜻하지 않고 억압적인 권력관계을 정당화하거나 영구화하려는 모든 형태의 이데올로기나 태도 또는 행위를 가리킨다.

  생태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와 균형이다. 여성의 벽을 뛰어넘어 그 관심을 자연으로 넓혔고 나아가 권력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하여 억압받는 모든 사회제도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남성을 끌어안고 동반자로 받아들인다. 생태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세계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듯이 상대방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사회이며 인류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생명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문학에 있어서도 생명사상과 생태주의 문학의 논의에 이어 자연과 여성성의 회복을 동시에 아루려는 생태페미니즘 문학이 나타난 것이다. 생태페미니즘 문학은 여성과 자연이 동일한 지배구조에 의해 파괴된다는 점과 여성성과 자연의 회복을 통하여 조화로운 새로운 사회질서를 수립하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생태시(Okolyrik)라는 용어는 1981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이 말은 동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이 생태학과 시를 결합하여, 생태계의 파괴를 고발하는 시 또한 생명사상으로서 생태주의를 시에 반영하여 천착하는 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환경 오염과 공해문제가 삶의 절박한 위기로 다가옴에 따라 차츰 삶의 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생명의 중요성 혹은 생명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생태시의 기풍이 진작되었다. 특히 비평가들의 활동과 외국 생태시의 수용과 오염된 자연환경을 되살려냄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공멸을 막아야 한다는 문인들의 위기의식이 참여문학의 성격을 변화시켰다.

  생태시인들은 자연파괴를 유발하는 사회적 원인등을 시를 통해 비판하면서 그러한 부정적 윈인들을 개선하고자 노력할 때만이 비로소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노래하는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대지가 오염되어 아무런 생명을 잉태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이 존재할 것인가? 여성이 아이를 잉태하지 않을 때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불안함을 느끼는 현실 사회에서 무엇보다도 자연이 건강하고 풍요로울 때, 여성이 건강하고 자연스러울 때 생명이 존재하고 창조되는 것이 아닐까.

  자연의 싱그러운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인간도 서서히 죽어가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 현실과 그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생태페미니즘 문학은 생명존귀 의식을 가지고 서로 타자의 길을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생명공동체 세계를 추구한다.

  생태페미니즘 문학은 생명을 창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훼손된 자연을 치유하고 여성성을 회복하여 하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함을 오늘 다시 일깨워준다.  (p.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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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2-6월(248)호 <문학의 향기> 에서 

  * 구명숙/ 시인, 숙명여대 명예교수, 「문학의 집 · 서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