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기후위기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기후정의와 기후구원이라는 간극 사이에/ 외눈이 여신인 히쿨레오Hikule'o가 존재한다/ 그녀의 머리는 검은 뿌리로 헝클어져 있고/ 그녀의 배 안에는 하늘의 아이들이/ 지구가 오래된 만큼이나 갈색 빛을 띠는/ 그들의 눈물은 '우리 안의 바다'이다/ 나의 배 속에/ 달의 히나Hina여신이 흐느낀다
-프린세스 세 고야(Frances C koya, 「간극의 밀도The Desity of Va」부분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은 삶의 위기를 느낀다. 이들은 <태평양 기후 전사들 Pacific Climate Warriors>이라는 이름 아래 기후 운동을 벌인다. 여기에 속한 섬나라 아티스트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그들의 언어로 울부짖는다. 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 이 중 하나가 위에 소개한 시의 영상과 무용 퍼포먼스이다.
태평양의 섬나라 사람들은 바다와 함께 살아간다. 이들에게 가장 심각한 기후위기는 해수면 상승이다. 남태평양 섬나라의 평균 해발고도는 겨우 1.98m밖에 안 된다. 예상대로 세기말에 1m 이상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높은 곳을 제외한 모든 섬이 물에 잠겨버린다. 섬이 가라앉기 전에 해수면 상승은 섬을 먼저 황폐하게 만든다. 바닷물 범람으로 저지대가 침수되고, 지하수엔 염분이 스며든다. 바나나와 파파야 등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사람이 먹을 물도 사라진다. 기후위기로 더 강력해진 태풍이나 폭풍으로 피해도 급격히 늘어나며, 바닷물 범람은 더 잦아진다. 섬이 가라앉기 전에 사람이 먼저 죽을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이들은 선조 대대로 살아왔던 아름다운 태평양의 섬을 이젠 떠나야만 삶이 가능하다. 키리바시 공화국은 2014년에 피지제도의 바누아레부 섬에 약 24㎢ 면적의 땅을 매입했다. 10만 명의 국민을 이주시키기 위해서다. 마셜제도의 원주민 중에서 1/3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몰디브는 인도와 스리랑카로 이주하기 위한 거주지를 구하고 있다. 투발루는 외국에서 흙을 사다가 섬의 높이를 올리고 있다. 팔라우의 대통령은 "선진국들이 바다에 잠겨가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폭격하라!"고 극단적인 선언을 한다. 누구인들 그들이 살아왔던 땅을 떠나고 싶겠는가? 기후위기로 상승하는 바닷물이 이들을 기후난민으로 몰아내고 있다.
해수면 상승 못지않게 해수 온도 상승도 정말 심각하다. 세계의 바다는 현재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 5개를 떨어뜨린 정도의 열량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몇 년 전에 미국의 서부 바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부터 조개, 대구를 포함해 고래와 같은 대형 동물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수많은 해양생물이 죽었다. 해수 온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발생한 이 현상을 과학자들은 너무 기괴하다면서 '블롭Blob'이라 이름 붙였다. '블롭'은 프랑스 파리 동물원에서 발견한 생명체이다. 이 생명체는 단세포 유기체로 점액질 형태로 동물처럼 움직이고, 뇌가 없지만 인간처럼 판단력을 갖고 있다. 눈이나 입, 코, 소화기관이 없는데도 음식을 먹고 소화시킨다. 팔다리가 없는데 자유자재로 몸을 넓히며 이동한다. 뇌도 없는데 생각하고, 소화기관도 없는데 음식을 먹는다. 우리가 생각해 온 생명체의 개념을 파괴하는 정말 기괴한 존재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중에서 91%는 해양 온난화, 3%는 얼음 손실, 1%는 대기 온난화이다. 기후위기에서 바다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말이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바다에서 흡수해 주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든다. 저산소와 해양 산성화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진다. 수증기가 많이 배출되면서 슈퍼 태풍이 만들어진다. 지구의 기후변화를 조절해주는 기능이 사라지면서 바다가 오히려 기후변화를 악화시킨다. 바다가 '블롭'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우리는 북극곰이 죽어가는 이야기나 남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이 그들의 고향을 떠난다는 말을 들을 때 나와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지구는 모든 것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생명체와 같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눈물이 오래지 않아 우리의 눈물이 된다는 것을······. ▩ (p.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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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집 · 서울』 2022-6월(248)호 <삶의 나루> 에서
*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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