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속의 시>
마른 목선木船에 기대어
오민석
마른 목선에 기대어 생각한다
(서해는 왜 이렇게 죄다 쓸쓸한 거야)
한때 불구였던 생
삐걱대던 소리마저 즐거웠던
청춘은 어디로 갔나
푸른 수염만이 허망하게 자라고
어제는 또 하나의 꽃이 졌다
가을 햇살 속에 벌써 얼음이 언다
서글퍼라, 내 안의 불이여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지는 노을 위로
점점이 생애를 이고 있는 구름
마취된 심장이여
그래도 가야 할 길이 있다면
그것은 거품 같은 그리움
가다 가다
마침내 다 함께 저무는 수평
속에서 아득하게 수직을 꿈꾸는 것
그리하여 이 바다에 눈 내리면 다시 와
서툰 사랑을 끝내 견디리
-전문, 에세이 「예술가들과」中 (p. 25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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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석 에세이 『나는 터지기를 기다리는 꽃이다』에서/ 2022. 6. 15. <뒤란> 펴냄
* 오민석/ 충남 공주 출생, 1990년 『한길문학』 창간 기념 신인상 시 부문 &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 시집『굿모닝, 에브리원』『그리운 명륜여인숙』『기차는 오늘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평론집『몸-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 문학이론 연구서『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저항의 방식: 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연구서 송해 평전『나는 딴따라다』『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서『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경계에서의 글쓰기』『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시와경계 문학상, 시작문학상 수상. 현) 단국대 영미인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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