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행복 구둣방/ 김명석

검지 정숙자 2022. 7. 17. 14:35

 

    행복 구둣방

 

    김명석

 

 

  허공을 빌려 지은 두 평짜리 구둣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만 평의 전시관이 드넓게 펼쳐진다

 

  수만 킬로미터의 고된 길을 걷고 달려온 구두들과 신발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어깨를 지탱해 온 가방들이

  상처를 치료받고

  시간도 잠시 쉬어가는 숲속의 팬션에서 요양하고 있다

 

  김 씨가 메스를 가하고 봉합해 성형하고 나면

  남녀노소의 삶이 반질반질 거듭난다

 

  남녀노소가 옹기종기 모여 두런두런하는 소리

  작은 문수 작은 가방은 욕심을 적게 가지라는 얘기고

  큰 문수 큰 가방은 사랑과 희망을 많이 나누라는 얘기지

 

  김 씨가 가위질한 헌 머리카락들이 풀숲을 이루고

  다운증후군의 청년이 행복하게 웃는다

 

  경비원이 없는 전시관에서

  하나 당 700만 원 꼴인 구두나 신발이나 가방을 하나만 훔쳐 가면

  도둑이 아니다

  주인이다

  대신에 기왕이면 착용한 헌 구두나 신발이나 가방은 놓고 가시라

 

  요양원의 면회시간은 10시부터 18시까지다

  다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면회 사절이다

      -전문(p. 245) 

 

    * 심사위원: 한정원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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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2-여름(41)호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서

   * 김명석/ 2017년 기독문예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바지랑대 자모』『동행길』『생의 언저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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