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함구증/ 천융희

검지 정숙자 2022. 7. 18. 01:40

 

    함구증

 

    천융희

 

 

  잔가지가 출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올해도 여지없이 아파트 관리원은 절단기에 시동을 걸었다 새 한 마리 바람 한 점 앉을 자리도 남겨두지 않고 목련 한 그루를 처단하고 사라졌다 몸통만 섰다

 

  시퍼렇게 멍든 하늘엔 언제부턴가 비행기조차 드물게 날았다

 

  아무도 관여하지 않았고 당연히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트렁크에서 빈 관을 꺼내 들고 아파트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갔다 출입통제선이 펄럭였으며 사람들은 마스크로 안면을 가린 채 함구했다

 

  갈수록 도무지 아는 게 없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두려움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고 단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고 결핍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라고

 

  모든 것이 급성으로 확장되어 갈 때 통증처럼 꽃눈이 트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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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2-여름(41)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천융희/ 경남 진주 출생, 2011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스윙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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