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각자의 패턴/ 최해돈

검지 정숙자 2022. 7. 18. 01:47

 

    각자의 패턴

 

    최해돈

 

 

  휑한

  토요일 오후

 

  허공에 화살표가 휙, 지나간다

 

  무한의 역광이 우리를 주목한다

 

  살아있는 것은

  자신의 방식을 위해 어제의 형식을 존중하고

 

  시간이 우수수 부서진다

  부서지는 것들이 다, 부서진다

 

  새가 지나가고

  새가 돌아오고

 

  비가 온다

 

  나는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비는 나를 바라보고, 나는 비를 다시 바라본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비를 바라보다가, 비가 나를 바라보기를

  반복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엔 서로를 읽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엔 시간이 거꾸로 흘렀다

 

  각자의 패턴으로

  각자의 패턴으로

 

  서로의 손과 발로

  서로의 눈과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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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0-가을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최해돈/ 2010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 『붉은 벽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