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죽음을 닦아낸 개/ 이규정

검지 정숙자 2022. 7. 17. 14:17

 

    죽음을 닦아낸 개

 

    이규정

 

 

  들판에서 쥐약을 먹고 돌아온 개

  마루 밑 가장 어두운 곳에 뛰어 들어가

  어둠을 펄펄 뛰게 만든다

  하얗게 뒤집어진 눈

  구석이 닳도록 숨을 몰아쉬던 기억

 

  입을 벌리고 먹인 비눗물 한 바가지

  뱃속에 고였던 죽음

  울컥하고 올라왔던 기억

 

  구석으로 모이게 했던 눈동자들

  비명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두근거리며 박혀있다

 

  비눗물 먹고 깨끗해진 개

  한동안 으르렁거리며 꺾이지 않았던 그 야성도 닦였는지

  온순해졌다

 

  술만 먹으면 뒤집어졌던 기억들

  아버지에게도 먹이고 싶었던 그 비눗물 한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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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2-여름(41)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이규정/ 경기 안성 출생,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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