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닦아낸 개
이규정
들판에서 쥐약을 먹고 돌아온 개
마루 밑 가장 어두운 곳에 뛰어 들어가
어둠을 펄펄 뛰게 만든다
하얗게 뒤집어진 눈
구석이 닳도록 숨을 몰아쉬던 기억
입을 벌리고 먹인 비눗물 한 바가지
뱃속에 고였던 죽음
울컥하고 올라왔던 기억
구석으로 모이게 했던 눈동자들
비명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두근거리며 박혀있다
비눗물 먹고 깨끗해진 개
한동안 으르렁거리며 꺾이지 않았던 그 야성도 닦였는지
온순해졌다
술만 먹으면 뒤집어졌던 기억들
아버지에게도 먹이고 싶었던 그 비눗물 한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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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2-여름(41)호 <미래시학 시단 Ⅱ>에서
* 이규정/ 경기 안성 출생,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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