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동백나무와 동백꽃
정성수
죽어서 수의 한 벌도 못 얻어 입은 남자가
이승을 떠돌다가
선운사 뒷산에서 동백나무가 되었다
그 나무를 붙들고 피를 토하던 여자가
동백나무 속으로 들어가 핀 꽃이
동백꽃이다
바람이 동백나무를 사정없이 흔들면
동백나무는 동백꽃이 떨어질까 봐 온몸에 힘을 준다
그럴 때면 동백꽃은
죽기 살기로 동백나무에 매달린다
동백나무와 동백꽃이 제아무리 한 몸이 되겠다고
용을 써도
인연의 끝은 잡을 수 없다고
선운사에서 저녁 염불 소리 담장을 넘어
사바세계로 나오면
동백나무는 캄캄하게 울고 동백꽃은 제 모가지를 손으로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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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2-여름(41)호 <미래시학 시단 Ⅲ>에서
* 정성수/ 1994년 ⟪서울신문⟫으로 등단, 시집『첫꽃』등, 동화『폐암 걸린 호랑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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