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외투에서 외투로/ 문보영

검지 정숙자 2022. 7. 1. 02:22

 

    외투에서 외투로 ▼

 

    문보영

 

 

  오래된 친구 비트겐슈타인은 작은 오두막에 살았다

  오두막에는 허름한 침대와 책상 그리고 램프···

  그는 그곳에서 철학적 문제에 골몰하였지만 글을 쓰는 시간보다 퍼즐을 맞추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오두막은 늘 그늘진 골목길에 있었는데 골목길에는 유명한 퍼즐 상인이 있었다

  비트겐은 사고에 진척이 없거나 글이 막힐 때면 그의 유일한 친구인 퍼즐 상인을 찾았다

  긴 모자를 쓴 상인은 그 일대에서 유명했는데

  그가 유명해진 이유는 그가 퍼즐을 광장이나 기차역, 넓은 대로나 상점 대신 그늘진 골목길에서 몰래 팔았기 때문이다

  별거 없었지만

  몰래 판다는 사실이 퍼즐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만들었다

  긴 모자를 쓴 골목의 퍼즐 상인이 살색 종이에 싸인 퍼즐을 외투에서 꺼내 건네면 비트겐은 그것을 받아 외투에 넣어 오두막으로 총총 돌아갔다

  외투에서 외투로

  비트겐은 언젠가 완성될 자신의 책 제목을 상상하며 골목을 걸었다

  램프의 일렁이는 불빛

  종이에 일련의 숫자를 끄적이던 중 주변을 얼쩡거리던 날파리가 비트겐의 왼쪽 눈에 들어갔고 그것이 글의 방향을 틀었다

  나의 눈에 하나의 날파리가 들어왔다 나는 이제 달라져야 할까

  그 글은 끝나지 않는다

  그는 미완의 달인이었고 완성 기피증이 있었기 때문으로

  비트겐은 소설 쓰기를 좋아했으나 소설이 저절로 완성되어버릴까 봐 시작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골목에서 산 퍼즐을 꺼내 맞추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느껴지는 무력함은 그에게 용기를 주었고

  그는 퍼즐을 절대 완성하지 못했으며 도주에 포기하곤 하였다

  퍼즐의 완성될 수 없음으로 책의 완성될 수 없음을 위로한다

  그때 그의 눈으로 또 하나의 날파리가 들어왔다

  비트겐은 짜증을 내며 퍼즐을 모두 맞춰버렸다

  이런, 젠장!

  그는 다 맞춰진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발바닥에서 퍼즐 한 조각이 발견되었다

  퍼즐을 다 맞추었는데 한 조각이 남아버렸다

 

  그는 오래된 램프의 일렁이는 빛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되었어······ 어두운 오두막 작은 절망 속에서 그는 고요히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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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2-5월(389)호 <신작특집> 에서

   * 문보영/ 2016『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