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나는 바닥부터 시작했다/ 김지율

검지 정숙자 2022. 7. 1. 01:50

 

    나는 바닥부터 시작했다 ▼

 

    김지율

 

 

  여전히 한쪽에서는 돌이 날아오고

  한쪽에서는 긴 싸움이 이어졌다

 

  사거리에는 높은 십자가가 있고

  우리의 규칙이 누군가의 목적으로 바뀔 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밤들을 시행착오라 해도

 

  불길 뒤에서 헌 옷 수거함까지

  덕지덕지 붙은 포스트 잇과

  벽제 화장터로 가는 길에서

 

  어떤 시간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인간으로부터 인간에게로

  이미 지나온 곳에서

 

  문득 그 바다가 다시 보고 싶었다

 

  벽이 시작되는 어딘가에서

  모두가 끝났다고 말할 때

 

  그것은 다만 부족한 명분과 바깥의 기분

 

  누군가를 마중 나가던 밤하늘의 별은 아름다웠고

  더 크고 둥근 사과를 기적이라 했지만

 

  나에게 던져진 필살의 쾌도는 소리 없이 명중했다

 

  날아가는 화살은 또 누군가의 등에 꽂히겠지만

  나는 문득 그 바다가 다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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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2-5월(389)호 <신작특집> 에서

   * 김지율/ 2009『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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