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닥부터 시작했다 ▼
김지율
여전히 한쪽에서는 돌이 날아오고
한쪽에서는 긴 싸움이 이어졌다
사거리에는 높은 십자가가 있고
우리의 규칙이 누군가의 목적으로 바뀔 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밤들을 시행착오라 해도
불길 뒤에서 헌 옷 수거함까지
덕지덕지 붙은 포스트 잇과
벽제 화장터로 가는 길에서
어떤 시간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인간으로부터 인간에게로
이미 지나온 곳에서
문득 그 바다가 다시 보고 싶었다
벽이 시작되는 어딘가에서
모두가 끝났다고 말할 때
그것은 다만 부족한 명분과 바깥의 기분
누군가를 마중 나가던 밤하늘의 별은 아름다웠고
더 크고 둥근 사과를 기적이라 했지만
나에게 던져진 필살의 쾌도는 소리 없이 명중했다
날아가는 화살은 또 누군가의 등에 꽂히겠지만
나는 문득 그 바다가 다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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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2-5월(389)호 <신작특집> 에서
* 김지율/ 2009년『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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