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압(壓)과 악(樂)의 차이/ 이유정

검지 정숙자 2022. 6. 30. 02:39

 

    과 악의 차이

 

    이유정

 

 

  히잡을 뒤집어 쓴 것 같은 글자 위에

  돋보기를 들이대자

  지면에서 '압'자가 튀어나온다

 

  발음조차 어색한 '음압'의 실체

  음악병동 아닌 음압병동

 

  壓이라는 회의문자 하나 때문에

  벌레 먹은 지능이 고개를 숙인다

 

  압이든 악이든 다 존재 이유가 있을 테지

 

  음압병동은 이름만 들어도 통증이 생긴다

  壓이란 영혼이 새어 나간 무표정한 얼굴

  누군가는 어둠을 먹고 구겨지고 무너지고 절망한다

 

  지면에서도 돋보기를 떼자 '압'자가 꿈틀거리며 몸을 바꾼다

 

  음악병동은 이름만 불러도 치유가 된다

  樂이란 겨드랑이가 간지러운 파랑새

  누군가 반들반들한 희망을 물고 날아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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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2-여름(86)호 <신작시> 에서

   * 이유정/ 2017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사랑은 아라베스크 무늬로 일렁인다』, 동시집『사라진 물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