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늘 바닥이 아니다
지하선
비 오는 날, 눈 부릅뜨고 아득히 먼 곳만 바라본 탓이다
밤새 들이킨 빗물에 만취가 됐는지 치근대며 비틀거린다
바닥이 내 발을 걸었다
더듬더듬 몇 발자국 중심을 찾는 사이
바닥은 다시 재빠르게 왼쪽 가슴을 들이받았다
치명타였다
갈비뼈가 비명을 지르며 항복을 했지만 집요했다
원, 투, 쓰리···텐을 넘어서야 놓아주었다 절뚝절뚝
저만치서 나뒹구는 우산을 잡아당기니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되는 벱이여'
갑자기 후둑후둑 쏟아지는 할머니 말씀, 받쳐 들었다
바닥은 늘 발아래서 기어다니는 줄로만 알았다
잘근잘근 밟기도 하고 쿵쾅쿵쾅 구르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딛고 있는 바닥이 다른 이의 천장이 되고
나 역시 누군가의 바닥을 무겁게 이고 살았음을
욱신욱신 가슴의통증이 일깨워 주고 있었다
한 달여 동안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바닥의 두려움에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하늘이 바닥이 되듯이
발바닥이 읽어주는 판단과 시선의 결정에 따라 변하는
바닥은 늘 바닥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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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2-여름(86)호 <신작시> 에서
* 지하선/ 2008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소리를 키우는 침묵』『그 잠의 스위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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