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근원 방문/ 김유자

검지 정숙자 2022. 6. 29. 01:45

 

    근원 방문

 

    김유자

 

 

  비 그치자 매미에 묶였던 소리가 풀린다

  말아놓았던 시간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창 밖 오래된 히말라야시다 한 그루에

  몇 개의 매미 소리가 뒤엉키나

  물웅덩이에 누운 나무는 고요하다

 

  이봐요 당신 누구요?

  나는

  집에 가는 중인데

 

  골목이 끝없이 나타난다

  집이 보이지 않는다

  손을 잡고 가던 손이 부서진다

 

  나뭇잎에서 뒤늦게 떨어진 빗방울로

  물웅덩이 속, 나무가 사라진다

 

  걸음을 멈추자

  벽에 적혀있는 알 수 없는 이름들

 

  이봐요 나는 누구요?

 

  주름진 몸을 닦아주는 젊은 여자의

  허벅지를 더듬는다

  아 아버지

 

  매미가 창틀에 쓰러지자

  나뭇잎들이 색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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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2-여름(86)호 <신작시> 에서

  * 김유자/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고백하는 몸들』『너와 나만 모르는 우리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