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나는 예수의 사랑스러운 모델/ 강다인

검지 정숙자 2022. 6. 26. 01:53

 

    나는 예수의 사랑스러운 모델

 

    강다인

 

 

  내 아빠는 예수

  엄마는 세 명

 

  아빠는 알 수 없는 숫자

 

  엄마는 가득했다 아빠는 넘쳐났다

 

  예수는 지루했다

  엄마는 즐거웠다

 

  나는 예수의 사랑스러운 모델

 

  눈은 반쯤 감고 팔을 집어넣었다 누군가의 손이 나를 안으로 끌었다

 

  젊은 예수는 내 쇄골을 다듬는 일에 집중했다 젊은 예수는 완만한 곡선을 사랑했다 예수를 위해 내 몸은 웅크린 곡선을 만들었고 다듬어진 쇄골을 자랑스러워했다

 

  예수는 이 모든 상황이 기도 덕분이라고 했다 엄마는 들어본 적 없는 기도문을 계속 써야 한다고 했고

  이제는 지루하지 않다고 했다

 

  아빠는 세 명

  엄마는 알 수 없는 숫자

 

  예수는 가득했다 엄마는 넘쳐났다

 

  엄마는 지루했다 엄마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예수의 쇄골은 곡선으로 다듬어졌다

  아빠는 쉽게 태어났다

 

  나는 모든 게 지루한 딸이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예수는 가득했다 엄마는 넘쳐났다"는 것은 세상에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규율과 질서를 이야기하는 "아빠는 쉽게 태어"난다. 너무 많아서 진짜 사랑인지 모르는 사랑과 우리의 삶을 쉽게 지배하는 질서와 규율은 "지루한 딸"이라는 권태로 표현된다. 권태는 억압이 내재되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무력감의 표현이다. 이러한 권태 속에서 시인을 포함한 우리들은 모두 사랑을 베푸는 가상의 존재 "예수"의 모델이다. 실제의 대상이 아니라 가상의 사랑을 가상의 주체가 가상의 대상에게 베푸는 그런 놀이를 세상은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억압은 권태가 되어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든다. 배제와 억압은 또한 우리에게 증오와 정서를 심어준다. (p. 시 32-33 | 론 122-123)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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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나는 예수의 사랑스러운 모델』에서/ 2022. 6. 20. <문학의전당> 펴냄   

  * 강다인/ 경남 진주 출생, 2020년『발견』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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