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꽃 안부 외 1편/ 나태주

검지 정숙자 2022. 6. 24. 01:07

 

    꽃 안부 외 1편

 

    나태주

 

 

  바람 부는 길거리에서

  오래 못 만난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임 박사님 아드님 아니신가요?

  지금도 그 집에 꽃잔디가 여전한지요?

  꽃잔디요? 제가 잘 기르지 못해

  아버지 계실 때보다는 많이 줄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남았다니 다행입니다

  임 박사님 댁 꽃잔디 유명했는데요

  그러게요 박용래 선생이 우리 집에 와

  약주 자시고 꽃잔디가 곱다고 울기도 하고 그러셨지요

  울보 시인 박용래 선생을 아시는군요

  그럼요 저도 알고말고요

  올해도 봄이 오려는지 봄기운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보고 싶은 얼굴을 하고

  배시시 웃고 있었다.

     -전문(p.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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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의 언어_그리워라 조정권

     

 

  일찍이 강철의 언어를 가졌던 시인

 

  강철의 언어로

  빗방울을 그리고

  산을 그리고

  꽃을 그리고

  나비를 그리고

  강물을 그렸던 시인

 

  지극히 오만하였고

  지극히 고독하였으며

  더불어 아름답기까지 하고

  눈부시기도 했던 시인

 

  드디어 자신의 영혼을

  산정으로 유배시켜

  춥고도 어두운 무덤에

  가두어두고는 도무지

  하산하려 하지 않았던 시인

 

  강철 언어에 내상을 입어

  피를 흘리기도 했으리

 

  지금은 조금쯤 몸이 풀려서

  하늘나라 뜨락 고요한 나무 수풀

  그늘 밑을 와이셔츠 바람으로

  거닐기도 하겠지

 

  그리워라 조정권

  누구한테보다 자신에게

  정직했고 엄중했던 시인

  다시는 이런 시인

  만나기 어려울 것이네

    -전문(p. 206-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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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서/ 2022. 6. 7. <열음사> 펴냄   

  * 나태주/ 1945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대숲 아래서』『풀꽃』『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꽃을 보듯 너를 본다』외 다수, 산문집/그림시집/동화집 등 150여 권 출간, 풀꽃문학관 설립 & 풀꽃문학상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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