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수피아
어느 쪽으로 가야 생각의 끝인가
도꼬마리 이파리 뒤를 보면
가 보지 않은 잎맥의 길이 여러 갈래다
당신 두고 온 길 끝에서
내가 나에게 가지 말라고 한 다른 길들을
한없이 돌아보고 있다
감추어진 공중의 길이 흔들린다
기억들, 바람에 살짝살짝 뒤집히는
이파리의 뒤편은
오후 햇살에 닿아 그늘을 드리운다
간경화 말기인, 생生의 집착 같은
이파리 뒤편에 허물을 벗어두고
골수에 울리도록 허무하다고 울고 또 울 것이다
곧 가을이 오고, 이파리가 쪼그라들고
나뭇가지는 바람을 핑계로
이파리의 생生을 툭 끊어 낼지라도
허물을 거뜬히 비워 내고 날아간
당신을 나, 죽어도 그리워하지 않기로 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위 시에서 '매미'는 화자인 '나'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당신'이 되어 인간에게 '나'의 자리를 되돌려 주기도 한다. 이처럼 「매미」는 언어적 주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말하기로 두 존재의 경계를 흐려 놓는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인해 우리는 일상에서 감각하지 못했던 지점에 당도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도꼬마리 이파리 뒤"에서 "가 보지 않은 잎맥의 길이 여러 갈래"임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없는 사태를 인지하는 것은 통상의 시각만이 아닌 비인간의 눈으로 바라볼 때 가능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매미'가 단순하게 화자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내가 나에게 가지 말라고 한 다른 길들을/ 한없이 돌아보고 있다"라는 시구에서 알 수 있듯이, '매미'는 단지 비인간에서 인간으로 은유된 것에 머물지 않고 사유와 성찰의 존재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지 여부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종 차별주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특징은 분명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상징계의 질서에서 벗어나 감춰진 본질에 닿을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로 인해 우리는 "감추어진 공중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p. 시 32-33/ 론 122-123) (방승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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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은유의 잠』에서/ 2022. 6. 15. <시작> 펴냄
* 수피아/ 2007년 『시안』 으로 등단, <빈터>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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