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외 1편
나태주
너의 웃는 얼굴이 좋았다
너의 겸손이 좋았고
너의 부드러운 마음이 좋았다
그래서 너를 사랑했고
너를 축복했고
너를 선택했다
그러나 너의 웃는 얼굴은 가짜였고
겸손은 오만이었으며
부드러운 마음속에 칼날이 있었다
이제 너에게 준 사랑을 거두고
축복을 거두고
선택을 또한 거둔다
이제부터 너의 나라에는
이맘때 나의 약속으로 내리던
눈이 내리지 않을 것이다
-전문(p. 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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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상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를 죽게 한 것은 적군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 가장 아꼈던 사람, 자식같이 믿었던 사람, 브루투스에 의해서였다. 브루투스가 칼을 들었을 때 카이사르는 거부하지 않았다. 아들 같은 사람의 칼을 맞고 카이사르는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 브루투스가 자신의 분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걸 내란이라고 하고 내상이라고 부른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길이 없다. 보통 사람들도 일생을 두고 브루투스 같은 사람을 안 만들고 사는 것이 상책이다. 나는 대체 누구의 브루투스였으며 나에겐 또 누가 브루투스였을까? 나같이 졸렬한 인생을 산 사람도 아들딸들에게 존경받고 아내 되는 사람에게 신뢰받기가 그 어떠한 일보다 어려운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전문(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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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서/ 2022. 6. 7. <열음사> 펴냄
* 나태주/ 1945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대숲 아래서』『풀꽃』『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꽃을 보듯 너를 본다』외 다수, 산문집/그림시집/동화집 등 150여 권 출간, 풀꽃문학관 설립 & 풀꽃문학상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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