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서쪽 해변/ 고미경

검지 정숙자 2022. 6. 23. 01:59

 

    서쪽 해변

 

    고미경

 

 

  통유리창 너머로 바다가 보였네 횟집 수족관에 약에 취한 천사들이 누워 있네 날래는 오래전에 지느러미가 되었네 천사는 루비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물고기가 되었다지 검은 동공이 터엉 비어 있네 가만히 들여다보면 출렁이는 비린내 어쩌지 못하는 날의 슬픔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네 눈꺼풀을 덮어주면 슬픔아, 잠들 수 있겠니 태양이 붉게 익어버린 저녁이면 까마귀는 까악까악 울면서 천사의 루비를 찾으러 날아가네

 

  당신이나 나나 어쩌지 못하는 이런 해변 하나쯤은 갖고 있네  

    -전문-

 

  해설> 한 문장: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며 시인이 느끼는 슬픔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루비 목걸이를 잃고 날개가 지느러미가 되어 천사가 되지 못한 물고기들을 보며 느끼는 이 슬픔은 시인이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절망의 표현이다. 또한 역시 천사일 수 없는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면서 천사이 루비를 찾으러 날아가"는 것은 목소리 높여 무엇인가를 말해야 하는 시인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p. 시 17 | 론 117-118)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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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 여름의 서쪽 해변』에서/ 2022. 5. 30. <현대시학사> 펴냄   

  * 고미경/ 충남 보령 출생(온양에서 성장), 199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인질』『칸트의 우산』, <비스듬히>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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